이제야 사무실에 왔다. 오전 나절이 가고 오후 2시가 될 무렵 사무실에 온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일어나서도 여러 생각들이 많기 때문이다. 거의 10시까지 잠에 취해 있다가 12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 먹은 피자와 다량의 음료 때문인지, 갑작스레 배도 아프고 해서 오전 5시 좀 넘어 깼다. 그러고서 다시금 자서 8시에 울리는 알람을 습관처럼 꺼버리고, 다시 눈을 감는다.
오늘 생각 다반사는 어제 완벽주의자의 연장선이다. 어제 많은 생각이 있었는지 꿈에도 나왔다. 그를 만나고 나면 이따금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 있다. 그의 비위가 거슬러지면 힐난을 듣는 까닭이다. 오늘 다시 생각컨데, 그가 나를 위하는 부분이 여럿있다. 핸드폰 거치대, 선크림, 바람막이 점퍼도 선물해 주었고, 무엇보다 나와 같이 여행을 가고 싶어한다. 나중에는 서로 결혼하지 못하면 베트남에서 같이 살자고까지 한다. 물론 게이인 것은 아니다. 그냥 나와 같이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이밖에도 같이 이커머스 교육이 있으면 차로 나를 태워다 주고,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들을 얘기해준다. 그 얘기해주는 것들이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아에 발로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예를 들어 나는 연금펀드를 넣고있고 청약을 하고 있고 노란우산공제도 하고 있어. 게다가 투자도 연금펀드를 통해 하고 있으니 세제혜택도 많아. 우리는 노후대비를 할 수 있어야해. 나는 현금흐름을 위해 쇼핑몰도 하지만 대리운전을 함으로써 고정비와 투자금을 마련하고 있지. 네가 부족한 것은 현금흐름이야. 알바라도 해. 나도 좋아서 대리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야. 이런 얘기가 만날때마다 반복된다.
생각컨데 이 얘기가 계속적으로 붉어진 시점은 내가 그와 한번 베트남여행을 다녀온 후부터인 것 같다. 그는 내게 6개월에 한번씩 외국여행을 같이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한번은 괜찮았지만, 계속적으로 외국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의 쇼핑몰 수익을 축소해서 나는 한달에 30~40만을 번다고 얘기하며, 아직 여유가 안된다고 돌려 말했다. 그러고 난 뒤부터 나에게 알바라도 하라고 얘기를 한다.
그는 내게 말한다. 사람들이 잘해줘도 자기 곁을 떠난다고.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눈높이가 높은 그는 상대의 거슬리는 부분을 언제나 찾아낸다. 같이 교육 듣었던 강사들은 한명을 제외하고 모조리 비판의 대상이다. 행정력이 부족하다. 곁에 가면 땀을 흘리고 냄새가 난다. 강사 자질이 부족하다. 일찍 끝내려하고 성실히 가르치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예외적이었던 그 한명도 비슷한 또래의 여자로 그에게 싹싹하니 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녀의 강의를 듣기에 이미 광고 교육을 받은 까닭도 있었지만, 청중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모니터 자료만 보고 빠른 속도로 읊조린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편, 나도 비판의 대상으로 예외는 아니다. 어제 듣는 얘기 몇몇가지는 발성이 부족하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먹을때 쩝쩝거리며 먹는다. 앞서 같이 간 베트남 여행에서는 오줌누는 것도 여자처럼 앉아서 싸라고 지적을 받았다. 찌른내가 나나 보다.
처음 내가 그와 독서모임에서 만났을 때, 통계에 기반하여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그가 인상이 깊어 친해지고 싶었다. 언어도 여러개 하고 여러 국가를 다닌 경험을 배우고 싶었다. 지금도 효율적인 업무처리, 내가 생각치 않는 부분에서의 계획성 등 여러가지를 배운다. 나를 위하고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고민인 것은 때때로 힐난을 듣어야하고, 언제나 그보다 못한 사람으로 (직설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경쟁의식이 강하다) 수그러 있어야 한다. 사실 2인자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한때 그는 워런버핏 나는 찰리멍거이고 싶기는 했지만, 내가 그의 비위를 거슬렀을 때(어제 나의 단점이 다다 나온 것은 얘기하다가 내가 그를 완벽주의자라고 칭한 이후로 생각된다. 그러자 그러면 자신은 따뜻한 완벽주의자라며 변호하고는 나의 단점들이 열거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나는 많은 지적을 받고 많은 생각들을 해야만 했다.
그는 이런 지적들 이후 자책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나도 그에게는 그런 단점들을 고치면 정우성 (그가 내게 원하는 관계는 서로 존중하는 이정재, 정우성 같은 관계이다. 내가 나이가 2살인가 많지만, 그는 친구를 강조했고, 자신이 형으로 인정한 이는 거의 없다고 하는 얘기도 듣었기에 그럼 친구처럼 이제 말을 서로 놓을까하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을 원하고, 이정재와 정우성도 이와 같다고 얘기한다.)이 될 것이라 이야기 해주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곁에 있기가 빡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고서 그는 대리운전할 시간이 가까워와 나를 내보냈다. 이후의 나는 지금 보다시피 자책보다는 그를 계속 가늠하고 있다. 그와의 관계를 계속 생각해보고,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원칙에 어긋나는 지인 만남을 계속 이어나가야하는가를 저울질해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