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한 고을의 정치는 술에서 비롯되고 한 집안의 일은 장맛에서 본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술과 음식을 정치에서부터 집안의 모든 일을 측정하는 문화적 척도로 삼아왔다. 그리하여 사계절 자연의 꽃과 풀을 이용한 가양주를 빚어서 신과 조상께 올리고,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매일 반주로 마셨다.
이러한 풍습이 이어져서 새해 설날에는 도소주, 정월대보름에는 귀밝이술, 3월에는 과하주, 4월에는 청명주, 5월에는 창포주, 8월 추석에는 신도주, 9월 중양에는 국화주를 마시는 등 세시절기주가 생겼다.
술의 종류는 다양하나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주정을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다.
유럽의 목축문화는 포도주, 맥주, 벌꿀주, 위스키, 브랜디 같은 누룩을 사용하지 않은 술을 낳았고, 아시아의 몬순문화는 곰팡이를 이용해 술을 만들어 인상적인 대조를 이룬다. 곰팡이는 습도가 높은 동양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그 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즉, 계절풍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동양에서 발달한 주조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신혼 부부가 한달 동안 벌꿀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는데, 이 신혼 한달 동안을 허니문(honey moon)이라고 한다.
고려를 지배하게 된 몽고는 일본 침략을 위한 병력의 일부와 군선 및 군량 등의 담당을 고려에 강요하였다. 전초기지를 제주도에, 병참기지를 안동과 개성에 둔 몽고군은 소주를 술병에 넣어 옆구리에 차고 다니며 마셨다. 이 고장에서는 소주를 만들어 몽고군에게 보급하게 되어서 그 전통으로 안동소주, 개성소주가 유래하게 되었다.
청명주 : 청명 날 밑술을 담그고 보름이 지나 곡우 날 덧술을 한다. 21일이 되어야 술이 되는데,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즐겼다고 한다.
감홍로 : 소주를 한두번 다시 고아서 마지막 소줏고리의 바닥에 꿀과 자초를 깔고 이슬을 받아낸 것인데 빛깔이 연지와 같이 곱고 맛은 달며 독하다고 한다.
누룩의 품질은 술 제조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누룩 디디기, 재래식방법 : 빻은 밀을 물과 반죽하여 보자기에 싸서 누룩틀에 넣고 성형한 다음 쑥으로 싸서 부엌의 시렁이나 온돌방의 벽에 매달아 놓고 띄운다. 누룩 제조 중에 3~4회의 헤치기를 하여 미생물의 성장을 균일하게 한다. 출국까지의 시간은 누룩의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20~30일 걸린다.
소주용 누룩은 밀 이외에 옥수수, 콩, 팥, 보리 등을 혼합하여 제조하기도 하였다.
단양주 : 덧술을 하지 않고 밑술로만 빚은 술이다.
이양주 : 밑술에 1벗 덧술하여 빚은 술이다.
삼양주 : 밑술에 1차, 2차 덧술하여 빚은 술이다.
사양주 : 밑술에 1차, 2차, 3차 덧술하여 빚은 술이다.
오양주 : 밑술에 1차, 2차, 3차, 4차 덧술하여 빚은 술이다.
강원 옥로주 : 강원도는 산간지역이므로 벼농사보다는 밭이나 산을 개간하여 옥수수, 감자 등이 농작물의 근간을 이룬 것이 술로 이어지고 있다.
찹쌀 한 말로 고두밥을 지어 용기에 넣은 후 잘 뜬 누룩 3kg과 샘물 한 말을 배합하여 밑술을 빚는다. 여기에 옥수수를 쪄서 고아 만든 물엿과 누룩을 밑술의 1/3 분량으로 혼합해 넣고 25도 정도의 온도에서 저어 고루 섞이게 한 후 7~10일 동안 밀봉, 발효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배합비율과 보온상태이다.
경기 옥로주 : 경기 옥로주는 서산 유씨 가문의 후손인 유성근 씨로부터 4대에 걸쳐 유양기(기능보유자) 옹까지 대물림을 하고 있다.
경기도 지방 무형문화재(강원 옥로주는 무형문화재는 아님, 강원 옥로주는 식품명인 24호)로 지정된 옥로주는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 빚어낸 증류식 소주로 술맛이 매우 뛰어나 민속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경기 옥로주는 당정동의 오봉산 줄기를 타고 내려와 땅속 깊이 고인 샘물과 백미, 율무, 누룩을 주원료로 곡주를 빚어 술독에 넣어 10일간 숙성시키면 죽엽 같은 빛깔을 띤 곡주가 만들어진다. 토고리를 얹은 다음 장작불을 때서 증류시켜 소주를 내리기까지 20일 정도가 소요된다. 덧술 닷 말을 솥에 넣고 고리를 얹은 다음 장작불을 때면 소주 두 말 가량이 생산된다. 주정도는 처음 증류한 것이 85도 이상이고 나중 증류한 것은 점차 도수가 내려간다. 이를 45도가 되도록 조절하면 완전히 투명한 소주가 된다.
계룡 백일주 : 계룡 백일주는 조선조 인조대왕이 반정의 일등공신인 이 귀의 공을 기려 특별히 제조기법을 연안 이씨 가문에 하사하면서 양조법이 전수된 술이다. 당시 이 귀의 부인 안동 장씨에게 전수된 이후 14대손의 부인에게까지 전해진 이 술은 양조 기간이 백일 걸린다 하여 백일주라고 부르게 되었다.
주원료인 찹쌀 이외에 솔잎, 황국화, 잇꽃, 진달래꽃, 오미자 등을 인년 내내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한 채 이씨 가문의 제사 때나 상에 올려지던 귀한 술이었다. 그러나 1989년 12월 지복남씨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된 후 술맛이 소문나면서 애주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김천 과하주 : 김천 과하주는 약주의 하나로서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금릉(김천의 옛 이름) 지방에 신기한 과하천이라는 우물이 있는데, 이 물로 빚은 술을 과하주라고 했다고 한다. 또 이 술의 명성이 자자해 돈을 크게 벌었으니 금이 솟아 나오는 샘이란 뜻으로 김천(金泉)이라는 지명이 생기기도 하였다고 한다.
봄철에 빚은 술인데 여름을 지나도 질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과하주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교동법주 : 무형문화재 지정 향토(전통)민속주이다. 법주는 조선 시대 문무 백관이나 사신을 대접할 때 쓰였던 특주로 빚는 날과 빚는 법에 따라 빚는다 해서 법주라 하였으며 찹쌀과 국화와 솔잎을 넣고 백일간 땅에 묻었다가 꺼낸 술로 절에서 양조되었다 해서 법주라고 하였다는 설도 있다.
현재는 경주가 그 명산지로 되어 있으며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경주 교동의 배영신 씨가 기능보유자이다. 배영신 씨의 9대 조상인 최국선 씨는 조선 숙종 때 궁중사옹원(수라상 및 궁중의 음식, 염장을 담당하는 관아)의 참봉으로 지냈는데, 그때 궁중에서 즐겨 마시던 특별한 술의 제조법을 익혀 300년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최씨 가문의 독특한 비주로서 오늘날까지 빚어 내려오고 있다.
금정(산성)막걸리 : 부산의 산성막걸리는 우리나라 막걸리로서는 유일하게 향토민속주로 지정되어 있다. 산성막걸리는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 금정산 해발 400m에서 빚어져 맛이 독특하다. 도심 속의 산속인 산성부락 30여가구가 산성막걸리의 본산지이다.
산성마을은 평지보다 기온이 4도씨 낮아 여름의 휴식처로 적격이다. 이곳의 250년 역사를 지닌 산성막걸리는 전국에 널리 알려져 염소 불고기와 함께 이 마을의 명물로 알려져 있다.
금정 계곡의 깨끗한 물과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누룩을 가지고 쌀로만 빚는 막걸리이다.
숙종 32년 왜구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하여 금정산성을 축성하면서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어나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때 성을 쌓기 위해 각 지역에서 징발된 인부들은 막걸리맛에 반해 축성공사가 끝난 후 고향에 돌아가서도 그 맛을 그리워하였다고 한다.
대표적 증류주인 소주는 탁주나 약주보다 역사가 깊지 않다. 왜냐하면 탁주나 약주는 일차적 과정만으로 되지만 소주는 일차적으로 된 밑술을 다시 증류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술을 어떻게 따르며 어떻게 마시는가의 주법 차이로 세 가지 문화권으로 나뉜다.
첫째가 제 술잔에 제가 손수 따라 마시는 독작 문화권이다. 주로 구미 사람들(서유럽과 미국)이 독작을 한다.
둘째가 서로 술을 따라 놓고 같이 마시고 건배를 하는 대작 문화권이다. 대작에는 마시기 전에 건배하는 음전대작과 마신 후에 건배하는 음후대작이 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주로 음전대작을 하고, 중국 사람들이 주로 음후대작을 한다. 셋째가 마시는 사람끼리 술잔을 주고 받거나 술잔을 돌려 마시는 수작 문화권이다. 한국 사람들은 수작 문화의 배경 때문에 타의에 의해 음주 스피드가 높다.
샤머니즘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나 가정에선 술은 사기를 뿌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무녀는 자기가 마시거나 흙에 붓기도 하여 귀신이나 병균을 물리치기도 한다. 즉 술은 사람을 재난으로부터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농가에선 농사일을 하기 전에 풍년을 기약하기 위해 농주를 마시는 일이 단순히 힘을 얻기 위한 것뿐 아니라 술의 힘이 갖는 힘에 대한 생각도 겸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