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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에서 경의 의미는 생각이나 헤아림을 중단한 상태에서 마음을 고요하게 간직하는 것이라는 뜻을 가졌다. 송나라의 성리학자 정이는 경이란 마음을 오로지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하며 경을 주일무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성리학의 경이 바로 몰입과 같은 것이다.
성리학은 인간 본연의 착한 마음을 회복하여 성인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체계다. 성리학의 대표적 인물인 주자는 학문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거경과 궁리다. 거경은 경을 간직함으로써 악한 마음으로 변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궁리는 다른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고 그것으로 미루어 간접적으로 자신의 본질인 착한 마음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성리학자들은 격물치지라고 하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는데 이는 내가 이야기하는 몰입의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만일 하나를 깨닫지 못하겠으면 모름지기 거듭거듭 추구하고 연구하여, 길을 갈 때도 생각하고 앉아서도 생각할 것이며, 아침에 생각하여 깨닫지 못하면 저녁에 다시 생각하고, 저녁에 생각해도 깨닫지 못하겠으면 이튿날 또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다면 어찌 깨닫지 못할 도리가 있겠는가. 대충대충 생각하거나, 생각하다가 깨닫지 못할 경우 곧 그만두어 버린다면 천년이 지나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천지 만물의 이름을 모두 써서 벽에다 붙여 두고는 날마다 그 이치를 궁구하기를 일삼아서, 한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깨달은 이후에야 다시 또 다른 사물의 이치를 궁구했는데, 만일 그 이치를 궁구하지 못하면 밥을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하고 길을 걸어도 그 가는 곳을 알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뒷간에 가더라도 일을 보는 것을 잊을 정도였다. 혹 며칠씩 잠을 자지 않다가 때로 눈을 붙이면 꿈속에서 그때까지 궁구하지 못했던 이치를 깨닫기도 했다.
때를 잃지 아니하여 잠깐 사이라도 끊임이 없고 경우를 놓치지 아니하여 털끝만치라도 차질이 없게 하려면 주일, 정신을 한곳으로 모아 온전하게 해야 하는 것이니, 일은 시간적 지속성과 일의 일관성, 내지 무차별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